공무원을 꿈꾸는 수험생들에게 공공기관 인턴 체험은 그 자체로 소중한 학습 기회이자 직무 적합성을 확인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과정입니다. 필자 역시 행정직 공무원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는 수험생으로, 2025년 여름 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복지센터에서 인턴으로 4주간 근무하며 관공서의 하루를 직접 체험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인턴십을 통해 경험한 실제 업무, 민원 대응의 현장, 그리고 공무원 조직 문화 속에서 느낀 점들을 솔직하게 담아 소개하고자 합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이상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현실적인 시각에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행정복지센터 인턴의 하루 일과
인턴으로 배치된 곳은 시청 산하의 행정복지센터였습니다. 출근 시간은 오전 9시, 퇴근은 오후 6시였으며 점심시간은 12시부터 1시까지였습니다. 출근 첫날, 팀장님의 간단한 오리엔테이션 이후 곧바로 민원 업무를 지원하는 자리로 배정되었고,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맡은 주 업무는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인감증명서 등 기본적인 증명서 발급을 위한 사전 응대 및 민원 안내였습니다. 직접 시스템을 조작하진 않았지만, 민원인이 궁금해하는 절차를 설명하거나 서류 작성법을 도와주는 역할이었습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하루 수백 명이 드나드는 민원실에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어르신 민원인이 많아, 어려운 행정 용어를 풀어서 설명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건강보험 자격득실 확인서를 어디서 떼는 거냐", "공동인증서가 뭐냐", "상속에 필요한 서류가 뭐냐" 등 실생활과 맞닿은 민원이 많았고, 그 하나하나에 진심으로 응대하는 직원들의 태도는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하루 중 몇 시간은 우편물 분류 및 공문서 접수 업무를 지원했습니다. 타 기관에서 온 공문을 분류하고 결재라인에 올리는 과정, 담당 부서에 전달하는 방식, 내부 결재 시스템 등을 체험하면서, 시험공부만으로는 알기 힘든 실무 감각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오후에는 기초생활수급자 상담 지원 업무도 참관했습니다. 복지 담당자들이 어떻게 상담을 진행하고, 지원 대상자의 상황을 파악해 시스템에 반영하는지 옆에서 지켜보며 '행정'이 단순한 문서처리가 아니라 사람의 삶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 민원인의 입장에서 무언가를 '요청'하고, 담당자는 그것을 '판단'하는 구도 속에서도 인간적인 접근이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공무원 조직 문화와 협업의 현실
시험공부를 하며 막연히 생각해 왔던 ‘공무원’의 모습은 대체로 안정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직군이었습니다. 하지만 인턴 체험을 통해 바라본 공무원 조직은 그보다는 훨씬 역동적이고 협업 중심의 구조였습니다. 특히 팀 단위로 운영되는 행정복지센터의 특성상, 민원 응대뿐 아니라 부서 간 업무 조율, 외부 기관과의 협력, 일정 관리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팀 내 커뮤니케이션의 밀도였습니다. 매일 아침과 오후에는 간단한 브리핑이 있었고, 일정 변경이나 긴급 민원 상황 등은 실시간으로 공유되었습니다. 각 담당자는 자신의 업무뿐 아니라 타 부서 상황까지 파악하고 있어야 원활한 응대가 가능했으며, 팀워크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또한 공문서 처리와 관련된 협업은 생각보다 복잡했습니다. 예를 들어, 주민자치센터와 구청 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 발생하면, 공문서 작성 → 검토 → 결재 → 발송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여기에는 수많은 ‘눈’이 개입하게 됩니다. 담당 주무관, 팀장, 부서장, 때론 국장까지 결재 라인을 거치며 정확성과 책임 소재가 분명히 설정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반면, 이러한 구조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인턴 입장에서 보기엔 비교적 단순해 보이는 사안도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다 보니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고, 민원인 입장에서는 "왜 이렇게 복잡하냐"는 불만이 생길 여지가 충분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행정의 신속성과 절차적 정당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조직 문화 면에서도 ‘상명하복’이나 ‘연공서열’이 뚜렷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 체험한 분위기는 꽤 수평적이었습니다. 팀장님과 6급 주무관들이 신입 9급 공무원이나 인턴의 의견을 경청하고, 좋은 아이디어는 바로 반영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습니다. 물론 조직 규모나 부서 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이전에 가졌던 공무원 조직에 대한 고정관념이 꽤 많이 해소되었습니다.
인턴십을 통해 얻은 것과 느낀 점
이번 인턴십은 단순한 직무 체험 그 이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나는 이 직무에 적합한가?", "행정직 공무원이 된 후 어떤 일을 하게 될까?"라는 현실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시험공부만 하던 기간 동안은 문제를 푸는 데 집중했지, 실제로 어떤 사람들과 어떤 환경에서 어떤 업무를 하게 되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그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인턴십을 통해 그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공공기관 인턴은 단기지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단순 서류 분류에서부터 민원 응대 보조, 복지상담 참관, 공문서 결재 시스템 이해, 내부 회의 참여 등 행정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매우 유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행정’은 절차이자 책임이라는 점을 깊이 체감했습니다. 어떤 결정을 하기까지 왜 그토록 많은 검토와 조율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 속에서 국민의 권리와 안전이 어떻게 보장되는지를 실제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인턴십을 마친 후에는 실무 경험이 자소서나 면접에서 매우 유용하게 활용됩니다. 실제 공무원 면접에서는 “공직을 경험해 본 적이 있냐”는 질문이 자주 나오는데, 이 경험은 그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이 될 수 있습니다. 필자 역시 “단순히 안정적인 직업이기 때문에 공무원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해 보니 내 성향과 잘 맞고, 시민들과의 접점에서 일하는 데서 보람을 느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인턴십은 ‘현장성’을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였습니다. 시험공부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어떤 능력이 요구되는지를 실제 업무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책이나 강의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살아 있는 정보였습니다.
행정직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다면, 단기라도 반드시 공공기관 인턴십을 체험해보길 추천합니다. 조직의 흐름, 실무의 구조, 민원 대응의 감정노동, 협업의 중요성 등 시험으로는 배우기 어려운 많은 것들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이번 인턴십은 제게 진로 확신과 함께, 공직의 가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안겨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