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는 흔히 변호사만 근무하는 곳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 뒤에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취업을 준비하던 중 단기 아르바이트로 서울 강남에 위치한 중형 법률사무소에서 사무보조 일을 경험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법률사무소 사무보조 알바로서 직접 경험한 업무와 분위기, 조직문화, 그리고 이 일을 통해 배운 점들을 솔직하게 공유합니다. 법조계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나 취업준비생, 혹은 단기 사무직 경험을 원하는 분들께 현실적인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무보조 알바의 하루와 주요 업무
근무한 곳은 변호사 5명, 사무국장 1명, 직원 10여 명이 근무하는 로펌이었으며, 필자의 근무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 5일제였습니다. 아르바이트였지만 정직원과 비슷한 일정으로 움직이며 다양한 실무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업무는 단순 복사나 자료 정리 같은 보조적인 업무부터, 간단한 문서 작성과 송달 서류 준비, 사건번호 입력 등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었습니다. 하루는 보통 메일 확인과 출력물 정리로 시작됩니다. 각 변호사님께 도착한 이메일 중 서류로 출력이 필요한 부분을 정리하고, 시간순으로 사건별 파일에 정리하는 것이 첫 번째 업무였습니다. 이후에는 법원 제출 서류 복사, 재판기록 정리, 전자소송 사이트에 접속해 사건 진행 상황 확인 등의 일이 이어집니다. 종종 직접 법원에 송달서류를 접수하거나, 우편물 수령을 위해 외근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건기록은 항상 날짜별, 사건번호별로 구분되어야 하며, 약간의 실수라도 전체 일정에 차질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소한 업무라도 매우 정확하게 처리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사건번호와 문서 이름이 비슷해서 자주 혼동했지만, 점차 업무에 익숙해지며 실수가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업무는 ‘기일표’ 관리였습니다. 변호사별로 다음 주의 재판 일정과 준비 서류를 정리해 전달하는 일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일정관리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중요성을 실감했습니다. 실무에서는 실수 한 번이 바로 재판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함과 집중력이 요구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간단한 사무용품 정리, 복사기 점검, 문서 파쇄, 회의자료 정리 등 조직 운영을 위한 다양한 보조 업무에 참여했습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런 기초 업무들이 쌓여야 로펌이 제대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법률사무소의 분위기와 조직 문화
로펌은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질서정연한 분위기였습니다. 통화나 잡담이 거의 없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말수는 적되, 업무는 정확하게’라는 분위기 속에서 일하다 보니 처음엔 다소 긴장감이 돌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업무 흐름을 이해하면서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습니다. 변호사님들과의 소통은 주로 메모나 메일로 이뤄졌고, 사무국장님이나 선임 직원들과는 짧은 브리핑을 통해 업무를 공유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일반 회사와 비교해 자유로운 회의나 팀워크 중심 문화는 적었지만, 각자의 업무를 철저하게 수행하는 ‘개별 전문가’ 중심의 문화는 오히려 효율성이 느껴졌습니다. 업무는 디테일이 생명이었습니다. 특히 법률문서는 오탈자나 서식 오류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작은 부분까지 꼼꼼하게 살펴야 했습니다. 처음엔 한 문장을 출력하는 데도 수차례 확인을 거쳐야 했고, 상사의 피드백도 꽤 엄격했지만, 덕분에 세밀한 문서 처리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기밀 유지’에 대한 철저함이었습니다. 어떤 문서도 허가 없이 복사하거나 외부에 언급할 수 없었고, 업무 중 마주친 사건 내용도 비공개가 원칙이었습니다.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직원에게도 동일한 보안 의무가 적용됐기 때문에, 업무를 대할 때 한층 신중함이 요구됐습니다. 점심시간은 12시부터 1시까지이며, 보통 인근 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했습니다. 식사 중에는 비교적 편안한 대화가 오갔고, 이때 선배들의 경험담을 들으며 로펌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한 선임 직원은 “사소한 서류 정리 하나로도 사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 말이 그날 이후 업무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조직 문화는 ‘조용한 전문성’으로 요약할 수 있었고, 큰소리 없이 자신만의 책임 영역을 철저히 관리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무보조 알바를 통해 배운 것들
법률사무소 아르바이트는 일반적인 사무직 경험과는 결이 다른 배움이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정확성’의 가치입니다. 회계, 법률, 의료 등 전문 서비스 영역에서는 하나의 오타, 하나의 실수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사소한 문서 하나도 철저한 검토와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두 번째는 책임감입니다. 아르바이트라고 해서 일이 가볍지 않았고, 오히려 ‘작은 일이 전체 사건을 방해할 수 있다’는 긴장감 속에서 책임감 있게 업무를 처리해야 했습니다. 업무량 자체는 과중하진 않았지만, 매 순간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기에 심리적인 피로도는 꽤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직업 윤리의식입니다. 기밀 유지, 클라이언트의 정보 보호, 업무 외 대화 자제 등은 단순히 규칙이 아니라 신뢰 기반 조직을 운영하는 핵심이었습니다. 이처럼 법률사무소는 '신뢰'를 전제로 운영되는 곳이기에, 구성원 개개인의 윤리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네 번째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직접 대화가 많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보고, 전달, 요청, 수정 등의 과정에서 오해 없이 소통하는 기술이 필수였습니다. 메일 하나, 메모 하나에도 맥락을 잘 전달해야 하며, 간결하면서도 정중한 표현이 요구됐습니다. 이 경험은 이후 어디서든 적용 가능한 중요한 업무 스킬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실제 실무를 접하면서 법조계 진출을 희망하는 이들에게는 꼭 사전 체험을 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이나 안정성만 보고 선택할 직업은 아니라는 걸, 내부의 치밀한 작업과 강도 높은 책임감을 통해 느꼈기 때문입니다. 특히 단순히 로스쿨 진학만 생각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사무보조 업무를 통해 현장의 분위기를 미리 경험해보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취업을 앞두고 경험한 법률사무소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는 단순한 용돈벌이가 아니라, 조직 속에서 어떻게 일하고, 어떤 태도가 필요한지를 깊이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경험은 법조계뿐 아니라 어떤 직무로 가든 강력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혹시 법률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단기 알바라도 직접 경험해보시길 권합니다. 그 안에 진짜 적성과 가능성이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